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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에도 걸음걸이가 있다고 하죠. 이미지와 로고로 구성된 어떤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각인되기까지, 브랜드는 치열하게 ‘자기다움’을 직조합니다. 덕분에 브랜드는 선택하는 것만으로 취향이나 개성을 표현하고, 욕망을 반영하며, 가치관을 담을 수 있는 기호가 됐죠. 비크닉이 오늘날 중요한 소비 기호가 된 브랜드를 탐구합니다. 」
“사지 마세요, 고쳐 신으세요.” 매년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전 세계의 쇼핑 대목이라 불리는 블랙 프라이데이가 올해도 어김없이 지나갔습니다. 이때쯤이면 파격적인 할인 경쟁이 있다 보니 지갑을 꼭 닫고 있기가 쉽지 않은데요, 브랜드마다 해 바뀌기 전 재고를 털고 반짝 매출을 위해 소비자를 유혹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른 길을 가는 lh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곳도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 스니커즈 브랜드 베자(VEJA)입니다.
베자는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전문 수선 공간 '코블러'를 운영한다. 사진 베자
이들은 2017년부터 블랙 프라이 양도성예금증서 데이 대신 ‘리페어 프라이데이’에 참여해 헌 운동화를 무료로 수선해 주는 이벤트를 열고 있습니다. 매년 지구에 버려지는 신발은 약 3억 개. 이중 운동화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해요. 그래서 베자는 새 물건을 사기보다 고쳐서 오래 쓰기를 권장한다는 취지로, 2020년부터 전 세계 곳곳 10개의 전문 수선 공간 ‘코블러’를 통해 지금까지 3만 5000개 신발에 학자금대출 생활비대출 이자 새 생명을 불어넣었죠.
2024 가을/겨울 시즌의 콘도르 로얄을 신은 모델. 사진 베자
" 광고 0건, 외부 투자 0%, 악성 재고 0개 " 사실 수선 외에도 베자의 행보는 여러모로 남다릅니다. 친환경을 지향하 퀸소액 면서 공정 무역과 노동권 보장을 가치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이를 위해 이른바 3무(無)도 내세웁니다. 광고·마케팅을 일절 안 하고, 외부 투자를 받지 않으며, 악성 재고를 남기지 않는다는 걸 원칙으로 삼는다고 해요. 브랜드가 덜 알려지고, 천천히 성장할 수밖에 없지만 오히려 이런 남다름에 열광하는 이들이 생겨났죠. 할리우드 배우 에디 레드메인을 비롯해 영 일반대출금리 국 왕세자빈 케이트 미들턴, 메건 마클 등 많은 셀럽이 ‘내돈내산’으로 베자를 신었고, 국내에서도 감각 있기로 소문난 정재형·고현정이 이 브랜드를 택했답니다. 대체 무엇이 베자를 끌리는 브랜드로 만든 걸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비크닉이 프랑스 파리 본사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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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환경을 존중하는 브랜드
파리 본사 건물은 옛 인쇄소 건물을 프랑스 건축가 위고 아스가 리모델링했다. 사진 베자
옛날 인쇄소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한 베자 본사. 그들의 제품처럼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는데요, 건물 안 쇼룸과 채식 카페로 꾸려진 라운지에서 공동설립자인 세바스티앙 코프(Sébastien Kopp)를 만났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동창인 지슬랭 모릴리옹(Ghislain Morillion)과 2005년 베자를 설립할 당시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경제학을 전공한 두 사람은 다수 기업을 상대로 지속가능성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다 실제 많은 곳들이 시늉만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직접 뜻을 이뤄보자고 의기 투합했죠. 특히 베트남·중국 등지를 찾아 의류 공장을 탐방한 뒤 더 나은 패션의 대안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스니커즈는 두 사람이 평소 좋아하던 아이템이었죠. 코프는 “세상에 유명한 스니커즈 브랜드는 많지만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는 제품은 없었다”면서 “사람과 환경을 존중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해요. 그리고 전 세계를 누비며 소재부터 유통까지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녔죠.
감각적인 쇼룸으로 구성된 본사 라운지에서 세바스티앙 코프 및 관계자와 만났다. 사진 이소진 기자
마침내 이들이 정착한 곳은 브라질이었습니다. 왜 그 멀리까지 갔는지 물었더니 “친환경 소재, 공정무역 생산 시스템, 천연고무, 신발 공장, 정당한 근로 조건이 다 모여있는 곳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어요.
브라질을 생산처로 삼은 베자는 아마존 우림 보호를 위해 시장 가격의 5배로 아마존 고무를 구입합니다. 면은 브라질과 페루에서 생산하는 공정무역 유기농 목화를 사용하고요. 최근 많은 운동화 회사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밑창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것과 정반대의 선택인 거죠.
세바스티앙 코프와 지슬랭 모릴리옹은 각자 해외 금융사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기업들의 지속가능 사업에 낙담하고 직접 사업해보기로 의기투합했다. 사진 베자
또 값싼 임금만 고집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중국·베트남에 비해 근로 조건이 좋고 노조 활동이 활발하다는 이유로 브라질 공장을 택했다고 해요. 대신 생산자와 근로자에게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마케팅과 광고에 돈을 쓰지 않기로 하죠. 그리고 이러한 기업 방침이 흔들리지 않게 투자도 받지 않는답니다.
베자의 주요 원재료 중 하나는 아마존에서 나는 천연고무다. 이들은 아마존 우림보호를 위해 나무 재생이 가능한 전통 기법으로 고무를 채취하는 협동조합과 직거래한다. 사진 베자
코프는 “지난주에도 기업을 인수하겠다며 찾아왔지만 거절했다”면서 “광고나 투자가 있으면 10배는 빨리 성장할 수 있었겠지만 서두르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그럼에도 베자는 지금까지 의미 있는 숫자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미국과 유럽 등지에 3000여 개 매장을 냈고,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은 2억 8000유로(약 4235억 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이들의 성장은 정당한 노동환경과 지속가능한 경영방식이 자본주의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례가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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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싶은 운동화를 만든다
파리에 머문 며칠 동안 곳곳에서 베자를 신은 사람들을 종종 발견했어요. 그 인기 비결에 대해 코프는 “대부분 베자의 브랜드 스토리 보다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한다”라면서 “우리는 환경을 위해 베자를 신으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소비자 상당수가 수년 동안 베자를 신다가 뒤늦게 스토리를 알게 되지만, 베자는 그 편이 더 좋다고 합니다. 운동화로서의 본질을 잊지 않는 거죠. 바로 단순하고, 실용적이고, 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의 강점입니다.
베자의 시그니처 모델 중 하나인 볼리(Volley). 사진 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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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수선실을 만든 이유
파리 베자 매장은 몽마르트·마라이스·제너럴스토어 세 곳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최근 생긴 제너럴스토어에는 신발 전문수선 공간인 ‘코블러’가 있어요. 베자는 운동화 브랜드 최초로 자사뿐 아니라 타사 브랜드 운동화까지 수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장인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신발 수선은 사양 사업이지만 코블러를 통해 수선 기술이 이어지고 있죠.
파리 10구 생 마르탕 운하 주변에 위치한 베자 제너럴 스토어. 이곳에서는 신발 수선서비스를 메인으로 가죽 제품 및 수선과 관련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편집숍 개념으로 소개한다. 사진 베자
수선뿐 아니라 클리닝 서비스도 제공하는데요. 실제 눈앞에서 수선공의 손길이 닿자 단 몇 분 만에 꾸질 했던 운동화가 새 신발이 되는 마법이 펼쳐졌어요. 수선 금액은 새 신발의 반값 이상이 넘어가면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10~80유로((1만4700원~11만7000원)사이로 책정합니다.
원래 코블러를 맨 처음 도입한 매장은 보르도에 위치한 ‘베자 다윈’이에요. 이곳은 현재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 이상의 지역 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다윈은 원래 19세기 건설된 군사기지로, 2007년 '에볼리쉬옹'이라는 민간 업체가 방치된 공간을 인수해 새롭게 조성한 공간입니다. 프랑스 기업 200여 개와 단체 50곳이 이곳에서 친환경 매장을 운영하거나 기후 변화 행사를 열며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죠. 긴급 주거 공간이나 자급자족 텃밭,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이 후원하는 고등학교 등 교육 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베자가 다윈에 합류한 이유도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했기 때문이죠.
베자 다윈의 매장 모습. 중앙 광장에 설치된 나무 구조물은 '다윈의 다리'로 불리며 근처 태양광 패널에서 발생되는 전력 소비량을 조명의 움직임으로 나타낸다. 사진 베자,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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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을 넘어 이면을 보라
베자는 포르투갈어로 ‘바라보다’라는 뜻입니다. 겉모습을 넘어 이면을 보라는 의미인데요. 베자의 모든 선택에는 환경이나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 수반되어 있어요. 함께 일하는 업체 역시 브랜드의 방향성에 맞춰 결정하는 것이죠. 베자의 유럽권 물류 배송을 책임지는 ‘로긴스’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베자와 같은 기업들이 로긴스에 입주해 노동자에게 실효성 있는 자립 뒷받침이 되어준다. 사진 베자
사회적 기업인 로긴스는 산업재해나 건강상의 이유로 직업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자립하기까지 최대 24개월 도움을 줍니다. 지금까지 로긴스가 창출한 일자리는 500개 이상이며, 매해 50~60% 사람들이 취업에 성공합니다.
로긴스가 소화하는 베자의 물량은 주당 약 1만 켤레 내외인데요. 검수는 물론, 센터 앞에 설치된 코블러에서 간단한 수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수선실까지 물건을 보내야 하는 비용이나 폐기율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죠.
“우리는 천천히 가는 브랜드다.” 코프는 대화 중간중간 빠르기보다 천천히 제대로 가고 싶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어요. 지금의 파리 매장 역시 설립 15년 만에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곧 20주년을 앞둔 최근에서야 한국·일본에 진출할 계획도 세운다고 해요. 비크닉도 앞으로 베자의 새로운 걸음을 지켜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보여 준 뚝심 있는 철학이 아시아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올까요.
이소진 기자 lee.soj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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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자는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전문 수선 공간 '코블러'를 운영한다. 사진 베자
이들은 2017년부터 블랙 프라이 양도성예금증서 데이 대신 ‘리페어 프라이데이’에 참여해 헌 운동화를 무료로 수선해 주는 이벤트를 열고 있습니다. 매년 지구에 버려지는 신발은 약 3억 개. 이중 운동화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해요. 그래서 베자는 새 물건을 사기보다 고쳐서 오래 쓰기를 권장한다는 취지로, 2020년부터 전 세계 곳곳 10개의 전문 수선 공간 ‘코블러’를 통해 지금까지 3만 5000개 신발에 학자금대출 생활비대출 이자 새 생명을 불어넣었죠.
2024 가을/겨울 시즌의 콘도르 로얄을 신은 모델. 사진 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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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환경을 존중하는 브랜드
파리 본사 건물은 옛 인쇄소 건물을 프랑스 건축가 위고 아스가 리모델링했다. 사진 베자
옛날 인쇄소를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한 베자 본사. 그들의 제품처럼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는데요, 건물 안 쇼룸과 채식 카페로 꾸려진 라운지에서 공동설립자인 세바스티앙 코프(Sébastien Kopp)를 만났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동창인 지슬랭 모릴리옹(Ghislain Morillion)과 2005년 베자를 설립할 당시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경제학을 전공한 두 사람은 다수 기업을 상대로 지속가능성 관련 컨설팅 업무를 하다 실제 많은 곳들이 시늉만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직접 뜻을 이뤄보자고 의기 투합했죠. 특히 베트남·중국 등지를 찾아 의류 공장을 탐방한 뒤 더 나은 패션의 대안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스니커즈는 두 사람이 평소 좋아하던 아이템이었죠. 코프는 “세상에 유명한 스니커즈 브랜드는 많지만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는 제품은 없었다”면서 “사람과 환경을 존중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해요. 그리고 전 세계를 누비며 소재부터 유통까지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녔죠.
감각적인 쇼룸으로 구성된 본사 라운지에서 세바스티앙 코프 및 관계자와 만났다. 사진 이소진 기자
마침내 이들이 정착한 곳은 브라질이었습니다. 왜 그 멀리까지 갔는지 물었더니 “친환경 소재, 공정무역 생산 시스템, 천연고무, 신발 공장, 정당한 근로 조건이 다 모여있는 곳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어요.
브라질을 생산처로 삼은 베자는 아마존 우림 보호를 위해 시장 가격의 5배로 아마존 고무를 구입합니다. 면은 브라질과 페루에서 생산하는 공정무역 유기농 목화를 사용하고요. 최근 많은 운동화 회사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밑창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것과 정반대의 선택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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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값싼 임금만 고집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중국·베트남에 비해 근로 조건이 좋고 노조 활동이 활발하다는 이유로 브라질 공장을 택했다고 해요. 대신 생산자와 근로자에게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마케팅과 광고에 돈을 쓰지 않기로 하죠. 그리고 이러한 기업 방침이 흔들리지 않게 투자도 받지 않는답니다.
베자의 주요 원재료 중 하나는 아마존에서 나는 천연고무다. 이들은 아마존 우림보호를 위해 나무 재생이 가능한 전통 기법으로 고무를 채취하는 협동조합과 직거래한다. 사진 베자
코프는 “지난주에도 기업을 인수하겠다며 찾아왔지만 거절했다”면서 “광고나 투자가 있으면 10배는 빨리 성장할 수 있었겠지만 서두르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그럼에도 베자는 지금까지 의미 있는 숫자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미국과 유럽 등지에 3000여 개 매장을 냈고,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은 2억 8000유로(약 4235억 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이들의 성장은 정당한 노동환경과 지속가능한 경영방식이 자본주의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례가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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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싶은 운동화를 만든다
파리에 머문 며칠 동안 곳곳에서 베자를 신은 사람들을 종종 발견했어요. 그 인기 비결에 대해 코프는 “대부분 베자의 브랜드 스토리 보다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한다”라면서 “우리는 환경을 위해 베자를 신으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소비자 상당수가 수년 동안 베자를 신다가 뒤늦게 스토리를 알게 되지만, 베자는 그 편이 더 좋다고 합니다. 운동화로서의 본질을 잊지 않는 거죠. 바로 단순하고, 실용적이고, 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의 강점입니다.
베자의 시그니처 모델 중 하나인 볼리(Volley). 사진 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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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수선실을 만든 이유
파리 베자 매장은 몽마르트·마라이스·제너럴스토어 세 곳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최근 생긴 제너럴스토어에는 신발 전문수선 공간인 ‘코블러’가 있어요. 베자는 운동화 브랜드 최초로 자사뿐 아니라 타사 브랜드 운동화까지 수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장인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신발 수선은 사양 사업이지만 코블러를 통해 수선 기술이 이어지고 있죠.
파리 10구 생 마르탕 운하 주변에 위치한 베자 제너럴 스토어. 이곳에서는 신발 수선서비스를 메인으로 가죽 제품 및 수선과 관련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편집숍 개념으로 소개한다. 사진 베자
수선뿐 아니라 클리닝 서비스도 제공하는데요. 실제 눈앞에서 수선공의 손길이 닿자 단 몇 분 만에 꾸질 했던 운동화가 새 신발이 되는 마법이 펼쳐졌어요. 수선 금액은 새 신발의 반값 이상이 넘어가면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10~80유로((1만4700원~11만7000원)사이로 책정합니다.
원래 코블러를 맨 처음 도입한 매장은 보르도에 위치한 ‘베자 다윈’이에요. 이곳은 현재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 이상의 지역 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다윈은 원래 19세기 건설된 군사기지로, 2007년 '에볼리쉬옹'이라는 민간 업체가 방치된 공간을 인수해 새롭게 조성한 공간입니다. 프랑스 기업 200여 개와 단체 50곳이 이곳에서 친환경 매장을 운영하거나 기후 변화 행사를 열며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죠. 긴급 주거 공간이나 자급자족 텃밭, 사회학자 에드가 모랭이 후원하는 고등학교 등 교육 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베자가 다윈에 합류한 이유도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했기 때문이죠.
베자 다윈의 매장 모습. 중앙 광장에 설치된 나무 구조물은 '다윈의 다리'로 불리며 근처 태양광 패널에서 발생되는 전력 소비량을 조명의 움직임으로 나타낸다. 사진 베자,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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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을 넘어 이면을 보라
베자는 포르투갈어로 ‘바라보다’라는 뜻입니다. 겉모습을 넘어 이면을 보라는 의미인데요. 베자의 모든 선택에는 환경이나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 수반되어 있어요. 함께 일하는 업체 역시 브랜드의 방향성에 맞춰 결정하는 것이죠. 베자의 유럽권 물류 배송을 책임지는 ‘로긴스’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베자와 같은 기업들이 로긴스에 입주해 노동자에게 실효성 있는 자립 뒷받침이 되어준다. 사진 베자
사회적 기업인 로긴스는 산업재해나 건강상의 이유로 직업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자립하기까지 최대 24개월 도움을 줍니다. 지금까지 로긴스가 창출한 일자리는 500개 이상이며, 매해 50~60% 사람들이 취업에 성공합니다.
로긴스가 소화하는 베자의 물량은 주당 약 1만 켤레 내외인데요. 검수는 물론, 센터 앞에 설치된 코블러에서 간단한 수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수선실까지 물건을 보내야 하는 비용이나 폐기율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죠.
“우리는 천천히 가는 브랜드다.” 코프는 대화 중간중간 빠르기보다 천천히 제대로 가고 싶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어요. 지금의 파리 매장 역시 설립 15년 만에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곧 20주년을 앞둔 최근에서야 한국·일본에 진출할 계획도 세운다고 해요. 비크닉도 앞으로 베자의 새로운 걸음을 지켜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보여 준 뚝심 있는 철학이 아시아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올까요.
이소진 기자 lee.soj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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