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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갔다. 한 고객이 수북하게 쌓인 사과 더미에서 정말 맛좋게 생긴 사과 하나를 골라잡았다. 옆에 있었던 나는 “와, 그 사과 진짜 맛있겠네요. 잘 고르셨어요”라고 그분께 말을 건넸다. 그 고객은 나를 곁눈으로 힐끔 쳐다보더니 슬그머니 그 사과를 두고 자리를 떠났다. 지난달 강릉 가는 기차를 탔다. 옆자리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강릉 가시나 봐요” 하고 인사하니, 상대방은 흠칫하며 “아 네”라고 말하고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모두가 ‘도대체 왜 나에게 말을 붙이는 거지?’ 하는 표정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년간의 미국생활을 하고 한국에 돌아온 지 세 달 된 내가 핸드폰결제 현금 요즘 가장 당황하는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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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고 짧은 대화의 일상화 고객 만족과 충성도 높이고 업무 몰입감과 성과에 도움 」



김지윤 기자


미국에서는 일명 ‘스몰톡’(작은 필요없다 대화) 문화가 있다. 스몰톡이란 일상의 소소한 주제에 대해 가볍고 짧게 얘기를 나누는 것을 말한다. 카페에서 줄 서 있을 때도 앞뒤 사람들과 날씨에 대해 얘기하고, 동네 공원 벤치에 같이 앉게 된 사람과도 이런저런 동네 돌아가는 얘기를 건넨다. 일상 관계에서 스몰톡은 모르는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들 수도 있는 시작점이 된 아파트 청약 1순위 다.
스몰톡은 일상 관계에서뿐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1년 반 나는 실리콘밸리 지역의 ‘트레이더 조’ 수퍼마켓에서 일을 했었다. 이 매장에서는 고객과 직원들이 동네 친구처럼 “오늘 사는 감자로는 무슨 요리를 할거냐”“내가 좋은 레시피를 알려줄까” 등등 얘기꽃을 피운다. 기계적으로 제품을 스캔하고 계산해주는 한국신용불량자조회 다른 수퍼마켓 캐셔와는 달리 이곳 캐셔들은 감자 한 개 사는 고객들과도 교감 되는 대화를 나눈다. 이런 감정적 연결고리가 있기에 많은 고객이 주차장이 없고 배송이 안 돼도, 또 긴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꼭 이 수퍼마켓을 방문하는 것이리라.
회사도 마찬가지다. 16년 넘게 일했던 구글에서는 스몰톡 문화가 일상화되어 있다. 구 자동차담보대출은 SK다이렉트론 글러들은 회의를 시작할 때 주요 안건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최근에 봤던 책이나 영화에 대한 얘기도 하고, 주말계획에 관해서도 얘기한다. 일 때문에 만난 관계지만 개인적 관심사를 알게 될 때 서로에 대한 공감과 신뢰가 생기게 되고 이것이 실제로 업무 몰입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회사 구성원들 간 스몰톡의 긍정적 효과는 여러 연구가 뒷받침하고 있다. 2022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연구에 따르면 격식 없는 대화가 포함된 미팅을 경험한 원격지 근무자들의 팀 신뢰도와 충성도가 2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캔자스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스몰톡을 통해 직원들의 소속감과 웰빙 및 업무 몰입감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또한 이들의 이직률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43%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된 갤럽 결과도 있다.
30년 전 대학교 캠퍼스 같은 사무 공간을 만들면서 구글이 가장 세심하게 신경 썼던 것이 직원들 간의 캐주얼한 대화 장려였다. 구글은 효율적이고 생산성 있는 짧은 회의를 추구하지만 모든 회의는 늘 스몰톡으로 시작한다. 1대1 미팅이나 팀 회의는 물론 사장단과의 회의도 마찬가지다. 직접 미팅을 여러 번 했던 과거 에릭 슈밋 회장이나 순다르 피차이 현 CEO도 늘 먼저 안부를 묻고 그 주의 관심사에 대해 가볍게 얘기를 한 후 미팅 주요 의제로 들어갔다.
이제 일한 지 100일 정도 된 한국 직장에서 나는 직원들을 종종 당황하게 하고 있다. 사무실 엘리베이터나 계단에서 만난 직원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붙이면 순간 어쩔 줄 몰라 하거나 수줍어한다. 한두 달 지나 몇몇 직원분이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반갑게 인사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라고 하며 당시에는 부사장이란 사람이 불쑥 인사를 걸어와 당황스러웠지만, 너무 좋았다고 후기를 건네주기도 한다. 미팅룸에 조용히 앉아 적막 가운데 미팅 시작만을 기다리고 있는 회의 참가자들에게 “주말 어떻게 보내셨어요?”라고 인사를 하면 “네에…” 하면서 어떻게 말을 이어 가야 할지 어색해한다. 어느 날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여기는 스몰톡 안하나요?” 라고 물은 적도 있었다. 물론 ‘이제부터 모든 회의에서 스몰톡을 합시다’ 라며 회의 문화를 억지로 만들어갈 것은 아니다. 또 억지로 만든다고 바로 기업 문화가 되는 건 아니다. 다만 매일 8시간 이상을 보내는 회사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표하는 작은 대화들은 구성원들이 소속감과 신뢰감을 쌓기 위해 정말 좋은 시작점이라고 본다. 그래서 오늘도 나의 스몰톡 시도는 계속된다. 작은 대화지만 정말 ‘큰’ 힘을 갖고 있기에.
정김경숙 한미그룹 브랜드본부 부사장·전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