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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야찬동정 작성일24-12-09 04:51 조회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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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부터 방영 중인 채널A <강철부대 W>는 ‘사상 최초 여군 서바이벌’을 표방하는 밀리터리 예능이다. 해병대, 제707특수임무단 등 최정예 부대 출신 24인이 부대의 명예를 걸고 대결한다. 채널A 제공


“나는 아무것도 증명할 부산저축은행이자 필요가 없어.”
영화 <캡틴 마블>의 주인공 캐럴은 말한다. 캡틴 마블은 누구보다 강력한 힘의 소유자지만 여성이기에 잠재력을 억압당하고 그 능력을 의심받는다. 증명은 인정하는 자와 인정받는 자로 짜인 위계를 전제한다. 이른바 승인의 권력을 가진 자들, 혹은 자신에게 자격이 있다고 믿는 자들은 어디서나 증명의 폭력을 휘두른다. 그러나 각성 자동차 유지비 계산 한 캡틴 마블은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다고 선언한다. 인정받기 위해 기준을 맞추는 대신, 승인하는 권력을 무력화하고 인정받는 위치를 거부한다. “너…뭐 돼?” <캡틴 마블>은 여성 히어로에 대한 거부감과 불신으로 개봉 전부터 잡음이 많았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대사는 영화 바깥의 현실을 향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치 금융권이란 열하게 자신을 증명하며 살아간다. <강철부대 W>(채널A) 9화에서 육군 한수빈은 말한다. “각 부대에 퍼져 있는 여군들은 자신이 약하지 않음을 늘 증명하면서 삽니다.” 이 대사와 함께 보면, <강철부대 W>의 유튜브 클립마다 이들을 평가하고 설명하는 남자들이 등판하는 현상이 마치 현대 예술 같다.
<강철부대 W>는 군대 서바이벌 예능 프 사금융보증 로그램인 <강철부대> 시리즈의 여군편이다. <강철부대>는 채널A와 ENA가 공동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최정예 군 특수부대 출신 출연자들이 4인 1조로 팀을 이루어 미션을 진행한 후 우승 부대를 가린다. 군인의 신체적 능력과 임무를 매혹적으로 연출하는 군대 예능은 군대의 본질이 폭력이라는 사실을 은폐하며, 상명하복의 구조를 묵묵함의 미덕으로 주입한다. 실제로는 군대가 자국민을 공격한 사례가 더 많은 현대사에 비추어보면 군대 예능이 홍보하는 정의와 안보는 기만적으로 보인다. 군대 예능은 비판 속에서도 <진짜 사나이>(MBC), <가짜 사나이>(웹예능), <더 솔져스>(SBS) 등의 계보로 꾸준히 제작되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2021년 시작한 <강철부대> 시리즈는 시즌3까지 방영되었으니, 이번 <강철부대 W>는 시즌4에 해당하는 셈이다. 특수부대 출신들로만 이루어졌던 이전 시즌과 달리 이번에는 육군과 해군 같은 일반부대가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여성 군인 자체가 소수인 데다, 특수부대에서 여성을 뽑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리즈의 틀은 바뀌지 않았다. 여군과 일반부대 참여라는 변수를 의식한 듯, 제작진은 오히려 ‘역대급’ 미션을 강조한다. <강철부대>는 이전 시즌에서도 무리한 미션 때문에 참가자가 부상을 입고 중도포기한 적 있다. 여기서 제작진의 딜레마가 보이는 듯하다. 난이도를 조절하자니 ‘여군이라서’, ‘여자라서’ 그렇다는 말이 나올 것 같다. <강철부대 W>의 기획 자체가, ‘남성 못지않은’ 즉 ‘열등하지 않은 여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당위를 깔고 있으니까.
남성 출연자들의 시즌이었다면, 난이도 조절은 재미의 문제지 그들의 ‘군인 됨’을 훼손하는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사격을 못해도, 중간에 포기해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그저 개인의 문제거나, 어떤 부대가 조금 약하다는 인상평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여군은 다르다. 여성 군인이 조금만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 그것은 곧바로 여성 전체의 문제로 확장된다. 여성 개인이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을 때 그것이 여성 전체의 가능성으로 읽히지는 않는데 말이다. 증명의 요구를 받는 당사자는 개인뿐만 아니라, ‘나’가 속한 ‘집단’, 그 정체성 자체의 운명을 짊어진다. ‘나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까봐 두려운 마음은 엄격한 검열과 자기계발로 이어진다. <강철부대 W>에서 해군 원초희는 최하위부대 결정전에서 전 시즌 통틀어 최초로 사격 ‘올 텐’을 쏜다. 개인의 압도적 기량에 감탄하면서도, 이 정도로 우월해야지만 ‘여자도’ 할 수 있다고 인정받는다는 것이 씁쓸하다. 한편 해상 경험이 없는 육군에게 ‘해상 침투 탈환 작전’ 미션은 공정하지 않은 판이다. 그러나 육군은 어떤 불평불만도 없이 묵묵하게, 오히려 자신감을 보이며 미션에 임하고 승리를 거둔다. 다른 참가자들 또한 중도포기나 원망 없이 주어진 몫을 해낸다. 이들이 여군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갈고닦은 기량은, 역설적으로 구조나 조건을 탓하지 말고 개인의 능력으로 극복하라는 신자유주의적 메시지와 통한다.

군대 내 소수인 여군 등장에 화제
남성 못지 않게 당당히 미션 수행
부족하면 여성 전체 문제로 확장
‘혹시 피해 줄까’ 걱정 떠안고 임무


현실선 전쟁 중…‘고통 소비’ 씁쓸
화끈한 볼거리로만 그치지 않고
여성 향한 인식 변화 계기 됐으면

툭 하면 ‘여자도 군대가라’라는 말과 ‘여자는 진짜 군인이 될 수 없다’라는 양극단의 주장이 충돌하는 가운데 <강철부대 W>는 “여자도 군인입니다! 확실히 보여드립니다!”를 외친다. 이러한 방향성은 프로그램이 나름대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동안 여군은 존재하면서도 철저하게 비가시화되었다. 2016년 KBS에서 방영한 6·25전쟁 66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군번없는 女전사>는 여성 의용군부터 현재의 여군까지, 여성 군인의 계보를 다룬다. 참전 여성 군인들은 남성과 달리, 군인으로서의 경력이 흠이 되기에 평생 그 사실을 숨기고 살아야 했다. 201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박은정 역, 문학동네)는 기록되지 못했던 참전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았다. “절대적인 남자들의 세계에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해놓고 왜 여자들은 자신의 역사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을까? 자신들의 언어와 감정들을 지키지 못했을까? 여자들은 자신을 믿지 못했다. 하나의 또 다른 세상이 통째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여자들의 전쟁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버렸다…….”(18쪽)
지워지지 않은 여군은 왜곡되어 재현된다. 네이버 웹툰 <뷰티풀 군바리>(작가 설이)는 ‘여자도 군대 가는 웹툰’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여군은 과하게 성애화된 육체 또는 대리만족을 위한 학대의 대상으로 그려졌다. 이름부터 ‘뷰티풀’이 앞에 오는 이 웹툰을 검색했을 때 뜨는 연관 검색어는 ‘배빵’이다. 여군이 배를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성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근사한 여군 윤명주(김지원)는 군의관이라는 신분과 ‘장군의 딸’이라는 설정으로 ‘군인 농도’가 옅다. 드라마 <써치>에서 여군 장교 손예림(정수정)은 특임대 브레인이지만, 수시로 연애사에 얽히면서 동료로부터 ‘군인이 아닌 여자’로 인식된다. 심지어 부하가 예림에게 성적으로 접근할 때는 젠더 권력이 군대의 위계를 초월한다. 이는 최근에야 사회적 문제로 가시화된 군대 내 성폭력 문제와도 맞닿는다. MBC의 예능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에 출연한 여성들은 빼어난 역량을 보이는 ‘어머니’나 ‘기특한 여자친구’, 군대의 질서에 적응하지 못하는 ‘못 말리는 아가씨’, 혹은 여자도 아니면서 군인도 못 되는 ‘처치 곤란의 잉여’(주로 희극인)로 나뉜다. <진짜 사나이>의 명실상부 히트 아이템은 살벌한 교육 상황에서 기습적인 애교를 부려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킨 혜리의 3초이다. 혜리의 애교가 지극히 여성적임에도 호감의 대상이 된 것은, 그가 이전의 훈련에서 성실하게 미션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군대와 같은 초남성적 공간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바람직한 역할을 보여주는 교본과 같다. 군인이되 결국은 여자여야 하지만, 너무 여자여서는 안 되는 분열.
최근 들어 강인한 여성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이렌>에 출연했던 군인팀이 호평을 받았다. <강철부대 W>는 이러한 흐름을 타고 여성 군인의 체력과 정신력을 차력쇼처럼 보여준다. 예쁘다는 말이 칭찬이 아니라 나약함을 뜻하는 표현으로 뒤집히고, 여성이 마음껏 포효하고 몸을 내던지고 집중하는 장면은 여성의 몸을 옥죄는 규범을 타격하는 쾌감을 선사한다. 한계에 부딪혔을 때 “한 발짝 가서 내려놓더라도 한 발짝 더 가보자”는 707 이현선의 말이나, 위기 상황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가야 돼”라고 하며 신발끈을 묶는 해병대 조아라의 모습처럼 정신력과 책임감이 휘몰아치면 울컥한다. 여성의 강인함, 의지, 책임감, 리더십, 공격성, 분노, 포효, 키와 체중이 기능을 위한 정보로서 제시되는 담백함 등을 경험할 기회가 그동안 너무 귀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세계 어딘가에서 전쟁이 한창인 현실에서 군대 예능은 존재 자체가 부조리다. 지나치게 가혹한 미션이 사실은 ‘군대 가서 고통받는 여자를 구경하고 싶은’ 욕망을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출연자들을 보며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증명하지 않아도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강철부대 W>가 출연자들의 진정성에 응답하며 여성 군인을 소재로만 소비하지 않고, 미디어 재현과 인식의 변화를 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동시에 미디어에서 군대의 규범을 엔터테인먼트화하는 관행을 경계하고 지양하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당장 얼마 전, 45년 만의 계엄령 선포로 군인이 국회의 창문을 깨고 강제로 진입하며 민간인과 대치하는 장면을 보았다.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참고 : 조서연 <‘진짜 사나이’와 ‘여자 군인’, 신자유주의 시대의 젠더화된 군사주의 : MBC 예능 <진짜 사나이-여군 특집>에 대하여>, ‘문화과학’ 83, 2015.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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